이제 ‘인공지능 활용 취재보도’(AI-Assisted Reporting) 시대

이제 ‘인공지능 활용 취재보도’(AI-Assisted Reporting) 시대

  • 기자명 김위근 언론학박사
  • 입력 2023.03.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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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논란과 우려가 있지만 제4부로서 언론은 여전히 건재하다. 시민이 자신을 대리하도록 권력을 부여했음에도 정작 시민을 백안시하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에 대한 감시는 언론 몫이다. 물론 언론이 이러한 책무를 다하는지는 시민 평가에 달려 있다. 3부를 감시하는 언론은 그 못지않은 권력기관이다. 권력기관으로서 3부의 특징 중 하나는 전문직주의다. 일반적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과거보다 경쟁이 훨씬 덜하다고 하지만 메이저 언론사 입사는 소위 언론고시를 통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특히 언론 종사자 중 뉴스 생산에 직접 관여하는 기자라는 직군은 언론권력의 대명사다.

과거 기자는 전문직으로서 사회 엘리트로 인정받았다.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기자는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 전반을 설명하며 해석했다. 역사적으로 여러 부침과 한계는 있지만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탄압과 압박에 조직적으로 저항한 사례가 적지 않다. 언론은 사회의 일기장이다. 사회적 일기인 언론보도에서 주인공은 매번 달라질지언정, 이를 써내려가는 기록자는 언제나 기자다. 반향이 큰 언론보도를 통해 하루아침에 명성을 얻는 기자도 많았고, 모든 시민이 아는 기자도 여럿이었다. 기자가 가진 자질과 능력에 대해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는 그런 시절이 꽤 오랫동안 있었다. 때문에 직업으로서 기자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장래희망에서 빠지지 않았다.

기자 역시 그들의 전문직주의 또는 엘리트주의가 유지되기 위한 조건으로 업무의 독자성과 폐쇄성을 꼽을 수 있다. 독자적 업무 영역이나 지식에서 기자라는 직업은 특출나다. 그리고 업무 조직이나 과정은 매우 폐쇄적이다. 이 같은 기자 업무의 독자성과 폐쇄성, 즉 배타성을 기반으로 언론사가 운영되고 언론산업이 유지된다. 다만 시민이 기자 업무의 배타성을 인정한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자 업무의 독자성은 도전 받고 있으며 폐쇄성은 비판 대상이다. 기자보다 뛰어나 지식을 가진 많은 시민이 있고, 기술 발전과 정보 공개 확대로 기자 고유 업무 영역의 범위가 크게 줄고 있다. 유연한 운영, 기능적 결합 등이 구조적으로 힘든 뉴스룸은 여전히 많다.

업무나 역할의 중요도는 변함없지만, 전문직으로서 기자에 대한 회의나 의구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 크기는 기자와 시민이 이용하는 미디어 기술의 격차와 반대다. 미디어 기술 이용 측면에서 기자와 시민의 차이가 없는 현재는 언론 무용론까지 나온다. 이는 언론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미디어 기술이라는 방증이다. 물론 언론의 핵심 요소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저널리즘이다. 미디어 기술이 편재되지 않았던 과거, 뉴스 생산과 유통에 이용되는 미디어 기술은 기자를 비롯한 언론종사자의 전유물이었다. 저널리즘에서 시민이 가지지 못하는 미디어 기술의 아우라가 돋보였다. 미디어 기술의 이용 여부로 기자와 시민이 구별되는 기간은 꽤 길었다.

월드와이드웹, 스마트폰 등 디지털화된 미디어 기술이 언론계뿐만 아니라 시민 일상에서도 이용되면서, 기자와 시민 사이 정보 접근, 생산, 유통 차이는 현실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미디어 기술의 보편성이 정점에 이른 것이다. 이 때쯤인 2000년대 초중반부터 언론 현장에서는 CAR(Computer-Assisted Reporting)라는 약자로 불린 ‘컴퓨터 활용 취재보도’가 각광을 받는다. 여기서 컴퓨터라는 단어는 물리적 제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이 연결되고 각종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 같은 환경을 활용해 뉴스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보도하는 것이 컴퓨터 활용 취재보도다.

컴퓨터 활용 취재보도는 기자의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이제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 확인, 사전 취재, 통계 분석, 데이터 시각화, 영상 편집 등은 기자가 갖춰야할 기본 소양으로 인식된다. 신문, 방송 등 전통적 언론매체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현실에서 컴퓨터 활용 취재보도는 편집국, 보도국 등의 통합뉴스룸 전환을 좀 더 용이하게 만든다. 컴퓨터 활용 취재보도 측면에서 로봇기자로 불리는 기사 자동 생성 소프트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기자가 컴퓨터 활용 취재보도에 능숙한 것은 아니다. 컴퓨터 활용 취재보도가 기본이 돼 버린 언론 현장에서 팩트 체킹, 즉 사실 검증을 강조하는 실상은 아이러니다. 기자와 동일한 수준의 기술로 기사의 엄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민 감시가가 많아졌다. 이처럼 컴퓨터 활용 취재보도는 미디어 기술이 보조 수단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음을 확인시킨다.

최근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초거대 AI가 연일 화제다. 생성형 초거대 AI 때문에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기자가 꼽힌다. 기존 컴퓨터 활용 취재보도의 수고로움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생성형 초거대 AI를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겠다고 선언한 언론사도 여럿이다. 콘텐츠 및 정보 생산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대전환시킬 생성형 초거대 AI에 대해 언론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언론계의 전망처럼 생성형 초거대 AI의 활용 여부와 수준이 언론사, 나아가 언론산업의 존망을 결정하게 될 것임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컴퓨터 활용 취재보도를 넘어 ‘인공지능 활용 취재보도’(AI-Assisted Reporting)를 정립하고 도입할 때다.

생성형 초거대 AI로 인해 역사상 최초로 미디어 기술 이용 측면에서 시민이 기자보다 우위에 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직으로서 기자의 차별성이었던 기획력과 질문력이 시민을 능가하지 못한다면, 조직적 생산과 검증이라는 언론사 뉴스룸의 경쟁력은 사라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지점이 인공지능 활용 취재보도에서 강조돼야 한다. 생성형 초거대 AI 시대에 결정된 미래는 허위 정보, 조작 정보, 거짓 정보 등의 난무와 이에 따른 사회 혼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고품질 저널리즘의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고품질 저널리즘에서 인공지능 활용 취재보도의 쓰임새는 분명하다. 인공지능 활용 취재보도에서도 핵심은 미디어 기술이 아니라 저널리즘이다. 저널리즘은 언제나 기자 손에 달려 있었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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