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기술기업이다

언론사는 기술기업이다

  • 기자명 김위근 언론학박사
  • 입력 2023.01.2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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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을 거듭하는 과학기술은 어느 변곡점에 이르러 산업 전반을 크게 변화시킨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모든 사회 부문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정확한 실체에 대해 논란이 여전히 있지만, 인류의 과학기술이 이제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는 데 합의할 수 있다. 전문가조차도 오롯이 설명하기 어려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블록체인, 메타버스, 웹 3.0 등 제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다양한 기술 용어가 사회 전반에서 통용되고 있다. 장밋빛 내일에 대한 언급이 많지만 미래가 잿빛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산업의 대전환을 야기하는 기술 발전의 변곡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린다는 언론보도를 자주 접하게 됐다.

언론사는 저널리즘 행위를 통해 보도 가치가 있는 정보, 즉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업이다. 이론적으로 언론사는 공익을 추구함으로써 사익을 실현하는 특별한 사기업이다. 시민의 알 권리를 대리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라는 누리는 특권을 가진다.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 등이 뉴스를 포함한 콘텐츠 전반을 유통하고 있지만,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은 여전하다. 물론 콘텐츠로서 뉴스에 대한, 그리고 이를 생산하는 언론사 및 언론인에 대한 비판과 걱정이 많다. 언론을 신뢰하지 않고 적대하는 시민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사기업으로서 언론사가 운영을 위한 수익 창출이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다는 현실이 뉴스의 품질 저하를 용인하는 핑계가 될 수는 없다. 많은 전문가는 안정적 언론사 운영을 위한 시급하고 유일한 해결책으로 뉴스 품질 제고를 제시한다. 좋은 품질의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이것이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2000년대 들어 우리 언론사는 포털 뉴스서비스에 뉴스 이용 대부분을 빼앗겼다. 포털사이트는 언론사와 비교 불가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민의 편리를 극대화함으로써 뉴스서비스를 발전시켰다. 포털 뉴스서비스 중심의 뉴스 이용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언론사는 이용자와 수익이 줄어 운영이 힘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뉴스 유통 권력이 언론사에서 포털 뉴스서비스로 넘어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언론사는 뉴스의 생산, 유통, 소비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유통을 장악한 포털 뉴스서비스의 행보, 즉 적용 기술에 따라 언론사의 이용자와 수익이 크게 요동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제 뉴스 관련 기술은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기업이 주도하는 것으로 돼 버렸다. 이들 인터넷기업의 기술력을 언론산업이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인터넷 기술이 본격적으로 언론산업에 도입되기 이전 언론사는 명백히 기술기업이었다. 그것도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최첨단기업이었다. 신문사는 인쇄기술 분야 최고 기술기업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인쇄 신문을 제작하기 위한 제자, 식자, 판형 기술 등은 당시 최고였다. 이후 최신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해 인쇄될 뉴스를 편집하고 배열했다. 윤전기 시스템이 신문 인쇄부터 제본까지 과정을 순식간에 진행해, 하루 백만 부가 넘는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이 운영될 수 있었다.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방송사는 영상기술 및 전파기술 분야에서 최고 기술기업이었다. 카메라, 음향기기, 조명기기, 편집기기 등은 영상 분야에서 최고 성능을 가진 최고가 장비였다. 전파를 통해 방송을 송출하는 장비 및 시설 또한 최첨단이었다. 신문사와 방송사의 기술 담당 인력은 해당 분야 최고 기술인으로 인식됐다. 이처럼 언론사는 원래 기술기업이다. 뉴스라는 콘텐츠를 관련 기술을 통해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이 언론사 및 언론인의 사회적 역할이자 핵심 업무다.

단순히 말하자면 언론사 및 언론인의 DNA는 뉴스콘텐츠와 기술로 구성된다. 언론산업에 인터넷 기술이 도입되면서 기술 DNA는 사라지고 말았다. 사라진 기술 DNA로 인해 뉴스콘텐츠 DNA는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개별 언론사뿐 아니라 언론산업 전체가 위기에 직면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무엇보다 뉴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언론산업이 영위되는 동안 계속 수행해야하는 시민의 명령이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술기업으로서 언론사 정체성의 확인이고 회복이다. 언론사의 기술은 뉴스의 생산은 물론이고 유통과 소비도 관장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기업이 장악한 뉴스 유통 권력을 되찾아 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뉴스 유통 권력을 되찾아오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신문, 방송 등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전통 언론사의 이용자, 광고, 매출, 수익 등을 확인해보면,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 언론산업이 인터넷산업에 본격적으로 편입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처음 전통 언론사가 인터넷 버전을 서비스한 것을 감안하면 약 10년 만에 언론시장을 인터넷기업에 내준 셈이다. 이 기간에 일부 언론사는 인터넷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기는 했다. 대부분 언론사는 인터넷 기술의 특성과 가능성을 파악하는 많은 뉴스도 쏟아냈다. 하지만 인터넷기업이 가져올 언론시장의 변화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데 실패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애써 외면했다. 어떤 조직보다 빠르게 인터넷 기술을 소개하고 분석한 언론사가 인터넷 기술로부터 크게 멀어졌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이렇게 언론사는 인터넷기업이 촉발시킨 급변하는 언론산업의 구조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로 2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버렸다. 그동안 몇몇 인터넷기업은 글로벌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술 격차 비교는 무의미하다.

뉴스 유통 및 소비가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 등 소위 플랫폼기업의 뉴스서비스에 초집중된 현실에서,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가 제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중 최근 관심을 가지는 것은 웹 3.0과 블록체인이다. 웹 3.0과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 개인 콘텐츠 소유 등을 특징으로 한다. 물론 웹 3.0과 블록체인뿐 아니라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메타버스 등도 언론산업에 적용되고 있어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기술이다. 대부분 언론사는 연일 이들 기술에 대한 수많은 보도를 앞다퉈 내보내고 있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과거 쓰라린 경험에도 불구하고, 언론사가 자신이 기술기업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고 현재와 같은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올라타지 못한다면 언론산업의 앞날은 기약할 수 없다.

김위근(언론학 박사·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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