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 69시간 일하기? 한숨만 늘어가는 노동자들

[기자수첩] 주 69시간 일하기? 한숨만 늘어가는 노동자들

  • 기자명 신수정 기자
  • 입력 2022.12.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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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신수정 기자] '월화수목금토,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편안, 그 중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노동 원칙을 변경하여 주 69시간까지 일하는 대신 길게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노동개편안 방침을 발표했다. 

변경안대로라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10시에 퇴근하면 주 69시간을 맞출 수 있다. 물론 한 달 내내의 이야기는 아니다. 1개월에 208시간의 근로시간 한도를 정해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연장근로 기준을 설정해 기업이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관리하게 된다. 바쁠 때 많이 일하고 다른 주에 많이 쉬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최대 69시간까지 일하고, 넷째 주에는 남은 1시간만 일하면 월 208시간의 노동 시간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이 개편안은 한국 노동자들을 과로로 몰아간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지난해 1915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2128시간)와 코스타리카(2073시간)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OECD 평균인 1643시간보다 272시간이나 많고,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하면 34일이나 더 일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도 쉬지 않고 일하며 과로가 일상인 한국 사회다. 여기에 주 69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제도까지 개편된다면 노동자들은 '합법적인 과로'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아직까지 '칼퇴근'을 눈치 보는 우리나라의 문화에 '안 바쁘면 쉬자'라는 취지가 잘 적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제기됐다. 휴가는커녕 일은 일대로 하고, 쉴 때는 눈치를 보면서 맘 편히 쉬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는 인구 감소의 문제점이 주장되기도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 정책에 대해 "주 69시간 노동 개혁은 인구 소멸의 지름길"이라며 비판했다.

박 의원은 "노동시간의 증가가 출생률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라며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18년에도 노동시간이 1시간 늘면 첫아이 임신 확률은 1%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여러 가지 논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주 69시간 일하기, 이 권고안을 정부에 낸 곳은 바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다. 이 연구회의 12명은 모두 정부가 임명한 대학교수들이다. 실제 노동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연 이 개편안은 누구를 위한 개편안일까? 

권고안을 낸 연구회는 이런 논란과 지적 등을 수렴하면 된다는 의견이지만, 정부는 하루빨리 개편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지 의문이 생긴다. 

보통의 국민들은 노동자에 속해 있다. 물론 나도 그렇다. 주 69시간 노동 개혁을 당사자들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이대로 강행한다면 부담을 오롯이 노동자들의 몫이 된다.

어렸을 적 평일부터 주말까지 밤낮없이 일하며 인생을 보내시던 부모님의 세대, 말 그대로 '저녁이 없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지지 않는' 그런 사회로 돌아갈까 걱정이 앞서는 지금이다.

정부는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것에 급급하기보다는 노동자들이 겪게 될 고통과 불편함을 생각해 모두에게 보다 나은 방향의 개편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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