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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공기 쌀값 300원 쟁취’ 라는 슬픈 절규

기사승인 2022.11.24  09: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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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농촌 도로변에 가을 내내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쟁취’‘농업기본법 제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밥 한 공기 쌀값이 너무 싸니 300원이라도 받아야겠다는 뜻이었다. 도시인들은 무관심했지만 구체적으로 계산을 해보면 쌀이 얼마나 푸대접을 받아 왔는지 알 수 있다.

쌀 1kg으로 브랜드 커피 1잔도 못 살 형편

31년 전인 1991년 10월 17일 전남 승주군청에서 열린 추곡수매 관련 간담회에서 나주지역 한 농민이 “쌀 80㎏들이 한가마를 ㎏단위로 계산하면 1,500원, 한 끼로 따지면 껌 한 통값인 100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커피값만도 못하다는 소리도 나왔다.

사실일까? 2018년 출시된 후레쉬민트(9개들이) 1통은 1,000원이었다. 그런데 2021년 10월 쌀값 22만7,000원(80kg)을 즉석밥에 들어가는 쌀 100g 단위로 나누어 계산해 보니 284원이었다. 한 끼 쌀값이 껌값보다 못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커피값 역시 1992년 당시 다방에서 800원에서 1,200원 정도였고,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3,000원까지 했다. 결국 커피 1잔 값이 밥 3~10끼니 쌀값과 같았다는 이야기이다.

쌀값은 1992년 kg당 1,313원(26,250원/20kg)에서 2022년에는 2,050원이 됐다. (9월 16만4,000원/80kg) 30년 동안 겨우 1.56배가 올랐다. 그런데 대용식이자 공산품이라고 할 수 있는 라면값은 1993년 250원에서 2022년 820원으로 3.28배가 올랐다. 물물교환을 한다고 해도 쌀 1kg 가지고 브랜드 커피 아메리카노 3,500원짜리를 사먹을 수 없는 실정이 됐다.

결국 껌이나 라면, 커피처럼 저렴한 기호품과 비교해서 주식(主食)인 쌀이 얼마나 천대를 받아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농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밥 한 공기 쌀값 300원’(100g기준)이 되려면 20kg당 6만원이 되어야 한다. 고급 쌀의 경우에는 20kg당 6만원이 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쌀값은 이를 넘지 못하고 있다.

1993년 UR협정 이후 희생만 강요당해 온 농민

우리 농민들은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받아들이면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정부는 UR협상 결과로 수출이 늘어나면 그 이익을 어려워진 농촌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2차산업 중심의 대기업들이 엄청난 이득을 남긴 것에 비해 농업에 대한 지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 지원사업도 재력이 있거나 아이디어를 가진 농민에게는 부(富)를 안겨 주었지만 대부분의 농민들은 정부의 왔다갔다하는 농업정책에다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 때문에 자립의 길을 걷지 못했다. 심지어는 쌀값이 오를 기미만 보이면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보관하고 있던 쌀을 방출하여 농민을 메말라 죽였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2019년)에 의하면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은 2018년 6,482만원으로 2003년에 비해 1.8배가 증가했으나 농가소득은 2018년 4,207만원으로 2003년에 비해 1.6배 증가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소득 65%에 불과했다. 이는 2003년 76%보다 11% 낮아진 수치로 도시와 농촌가구의 소득 격차가 훨씬 심해졌음을 보여주었다.

더 심각한 것은 농가소득 가운데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30.7%로 2004년 41.6%와 비교해 10.9%가 감소했다. 반면 농외소득 비율이 40.3%, 이전소득(농업보조금 등 포함)이 23.5%나 차지해 진정한 농민이라고 하기가 부끄럽게 됐다. 농가부채 역시 2018년 3,327만원으로 2003년에 비해 1.25배가 늘었다.

쌀은 우리나라 농업의 주요 품목이고 직불제 대상 품목인데도 불구하고 농업소득 의존도 측면에서 2003년 45.5%에서 2018년 41.3%로 4.2% 감소했다. 이는 쌀농사가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흉년 닥치면 국제시장은 가격이 2~3배 오른 복마전

지난 10년 동안에는 쌀이 꾸준히 높은 생산량을 유지해 공급에 차질이 없었다. 그러나 가뭄이나 홍수 등으로 흉년이 들면 갑자기 식량위기가 찾아오기 때문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1980년대 초 태풍과 냉해 때문에 우리나라에 식량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기 위해 정부가 쌀수입에 나섰다. 그런데 국제시장에서 한국이 쌀 수입을 할거라는 소문이 나돌자 곡물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톤당 2백달러하던 쌀값이 3배나 올랐다. 다국적 곡물카르텔들이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쌀이 아쉬웠던 한국은 어쩔수 없이 곡물카르텔로부터 비싼 값에 쌀을 사들여야만 했다. 1993년 일본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식량개방을 결정하고 대규모 쌀수입에 나설거라는 소문이 돌자 미국산 쌀 수출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였다. 톤당 3백달러가 3주일만에 4백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최근들어서는 지구촌 곳곳에서 예측하기 힘들어진 홍수 가뭄 등 기후위기,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식량위기, 희소금속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자원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분쟁위기가 발생하는 국제적 불안사회가 계속되고 있다. 위기 도미노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면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농민을 식량방위군, 환경보호 공로자로 봐야

하여 ‘밥 한 공기 쌀값 300원’을 요구하는 ‘농민’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에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농민을 환경보호 공로자로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농민을 식량의 생산자로만 여겨왔지만 실은 생산성이 낮은 쌀을 재배하면서 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수자원 관리자’였다. 또 식량위기가 찾아왔을 때 돌변하는 국제시장에 맞서 대체작물로 국민을 지켜주는 ‘식량방위군’이다. 만약 수익성이 낮다고 논을 경작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처음에는 값싼 수입쌀이 들어오다가 결국은 곡물카르텔에 의해 비싼 쌀을 사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양곡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관리비보다 몇 배가 더 많은 비용으로 양곡을 수입해야 할 것이고, 해마다 수입 가격은 높아질 것이다. 하여 농민을 환경 공로자로써 예우함으로써 식량안보도 튼튼히 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농민소득에 따라 세분하여 각기 다른 지원책을 세워야 한다. 최근들어 억대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농민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IT와 생물산업을 이용하는 젊고 전문적인 젊은 농민층을 중심으로 성공 신화를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 평생 전통적인 방식으로 농촌을 지켜온 농민들이 더 많으므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성공한 농민 가운데서도 초기에 많은 시설투자로 무거운 부채를 짊어진 경우도 없지 않다. 이들에 대해서도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갖가지 명목으로 기업체에 지원하는 정책에 비하면 결코 많은 것은 아니다. 농업을 국가안보산업으로 정하고 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여기에 맞는 대책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계획영농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농민은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도록 되어 있다. 농업도 2차산업처럼 경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현황을 보면 쌀의 경우 자급률이 35%에 불과한데도 소비율이 낮아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밀 등 그밖의 농산물 자급률은 10% 내외에 불과해 수입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식량위기는 쌀보다는 오히려 밀과 같은 다른 농산물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하여 정부가 농업경영인들에게 쌀 외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쌀값에 맞는 수준의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농민들이 재배한 새로운 작물들도 신토불이 식품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저장비용 과다·물가안정 필요” 핑계는 이제 그만

농촌은 우리의 뿌리이고 고향이다. 농촌을 지켜온 농민은 우리 생존의 지킴이 이기도 하다.

식량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허겁지겁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려고 할 게 아니라 수출에서 얻은 이익을 식량관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여 소탐대실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저장비용을 핑계로 수매가격과 수매량을 줄이려는 정부의 태도도 바꿔야 한다. 농민들이 주장하는 농업기본법 가운데서 국가안보 차원에서 선택 가능한 내용은 법제화 해야 한다.

지난 16일 전국의 농민 1만여명이 서울 여의도에 모여 외쳤다.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되게 해달라”고.

이제는 이런 비참한 절규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 성(시사평론가)

김성 소장 machmj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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