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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보디빌더 홀리는 스테로이드의 '검은 유혹'은 끝나지 않았다

기사승인 2022.11.21  09: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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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6월 8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 브리핑룸에 이들로부터 압수한 스테로이드 18억원어치 의약품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신수정 기자] "건강 망치면서까지 좋아지고 싶은 욕심", "선수들이라면 90% 이상은 한다" 헬스계에 만연하게 사용되고 있는 불법 약물에 대한 이야기다.

신체를 단련하거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각종 운동 기구를 갖추어 놓은 체육관인 헬스장, 이런 헬스장 앞 홍보용 입간판에는 군살 없이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하는 피트니스, 보디빌더 선수들의 사진이 함께 실려있다. 사람들은 이런 몸에 열광하고 감탄한다. 

미디어에서는 근육질 몸을 가지기 위해 운동하는 연예인, 유명인들을 보여준다. 많은 이의 동경 대상이 된 근육질 보디. 이런 몸을 만들고 키우는 게 직업인 보디빌더들은 높아진 관심과 기대치를 만족하기 위해 큰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 대회에 나서 육체미를 뽐낸다. 

조각 같은 몸을 가진 보디빌더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몸의 표본이 됐다. 그 몸을 닮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하고 전문가들에게 개인 레슨을 받기도 한다. 또 몸을 가꾸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근육질 몸을 만들고 보디프로필을 찍는 것이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이에 보여지는 몸이 곧 자신의 커리어가 되는 보디빌더들의 욕심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런 화려한 겉모습에 대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보디빌더들은 검은 유혹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바로 불법 약물, 스테로이드의 남용이다. 

2019년 4월 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열린 아나볼릭스테로이드 불법 유통 판매자 적발 관련 브리핑, 압수한 밀수입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사진=연합뉴스 제공)

스테로이드는 자연적으로 커지지 않는 부위의 근육까지 발달시키며, 운동 후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스테로이드는 여러 종류가 존재하지만, 근육 성장을 위해 보디빌더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가 대표적이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등이 주성분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근육 성장을 돕는 약물로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다. 단백질을 빨리 합성하기 때문에 단백질로 구성된 근육이 저절로 커진다. 

한마디로 똑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스테로이드를 맞는다면, 운동 수행 능력이 확연하게 좋아지면서 더 빠르고 크게 근육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보디빌더들의 불법 스테로이드 사용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지난 2019년이다. 많은 보디빌더와 운동 유튜버들 사이에 '약투(약물과 미투를 합친 합성어)'가 퍼지면서 스테로이드를 남용하는 보디빌더들의 실상이 공개됐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 보디빌더들의 스테로이드 남용 현실은 바뀌었을까?

과거 피트니스 선수로 활동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고 밝힌 익명의 제보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보디빌더들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 내 주변에 헬스 트레이너, 보디빌더 중에 약(스테로이드)을 안 하는 사람은 없다. 선수 중 90% 이상이 한다. 안 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6월 8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 브리핑룸에 이들로부터 압수한 스테로이드 18억원어치 의약품 (사진=연합뉴스 제공)

뒤이어 그는 스테로이드의 구입 경로부터 사용 후기까지 자세하게 밝혔다. 그는 "스테로이드와 같은 불법 약물을 구하는 경로는 생각보다 쉽다. 말 그대로 대중화돼있다. 인터넷으로도 살 수 있고 지인을 통해서 알아볼 수도 있다. 나는 인터넷으로 구입했다"라면서 "인터넷에 헬스 관련 클럽들이 있다. 그런 곳에 들어가 보면 약물에 관한 내용이 따로 쓰여 있다. 보통 텔레그램 연락처가 나와 있는데 그쪽으로 연락하면 약 종류부터 가격표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라고 밝혔다.

스테로이드가 헬스계에서 당연하게 사용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스테로이드 남용을 바라보는 헬스계의 시선을 말한 그다. 그는 "약투가 퍼질 때는 스테로이드를 쓰는 로이더에 대한 시선이 안 좋았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지금은 스테로이드를 써서라도 몸 좋은 사람이 최고다. 물론 불법적인 남용이니 겉으로는 숨기지만 다들 공공연하게(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런 스테로이드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부작용이다. 알려진 부작용만 하더라도 셀 수 없다. 대표적으로 발기부전과 함께 몸의 내분비계 파괴와 '쿠싱 증후군'과 같은 뇌하수체에 문제, 장기 비대증, 월경불순, 여드름, 혈압과 혈당 상승, 우울증 등이 있다. 제보자는 스테로이드 사용 이후 수많은 부작용 중에서 장기 비대증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는 스테로이드 사용 이후 장기가 부었다. 내 몸에 허용되지 않는 약물이 들어와서 장기가 부은 거다. 유명한 보디빌딩 선수들을 보면 복근이 있는데 배가 많이 나와 있는 사람이 있다. 그게 대부분 장기 비대증이다"라면서 "장기가 부어 있는 상태가 유지되면 일반인의 몸으로는 살아가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스테로이드를 끊었다"라고 고백했다. 또 "주변에 탈모가 부작용으로 온 사람도 봤고, 고환 수축도 봤다. 심지어 그 당시에 옆 센터 관장님은 부작용으로 사망하셨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감당하기 힘든 부작용의 위험을 안고 계속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가장 먼저 '욕심'을 꼽았다. 그는 "스테로이드를 쓰면 정말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난다. 확실히 다르다"라면서 "근육의 펌핑감도 다르고 또 근육 회복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몸이 지치지 않는다. 몸이 변하는 속도가 빨라지니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도 더 좋은 몸을 만들 수 있다"라고 생각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강력한 제재 없이 묵인해주는 현실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스테로이드를 만드는 게 불법이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허가되지 않는 약물을 우리나라로 들여와서 판매하고 구입하는 것이 불법인 것. 가지고 있는 약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는 별다른 법적인 문제가 없다"라면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시합에 나가서 상을 탄 후에 걸리더라도 큰 타격이 없다. 이제 시합 안 나가고 본인 센터 차리면 된다. 또 어떤 종류는 시간이 지나면 도핑 검사에서 검출되지도 않는다. 기간 잘 맞춰서 쓰는 선수들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직 보디빌더의 스테로이드 사용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현재 보디빌더와 헬스트레이너를 겸하고 있는 유현상 씨는 "솔직히 불법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본인들의 책임이다. 본인들의 커리어고 건강이라 단지 스테로이드를 했다는 것만으로 비난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하지만 불법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내추럴 대회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나와서 입상을 한다거나, 트레이너를 하면서 회원들에게 몰래 불법 약물을 먹이고 권유하는 것은 비난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대회에서 상을 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말 못할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한 그다. 그는 "불법 약물을 쓰는 보디빌더들과 함께 대회에 나간 경험이 있다. 그들이 스테로이드를 쓴다고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몸을 보면 대부분 알 수 있다. 피부에 뭐가 많이 올라와 있기도 하고 너무 터무니없이 근육이 비대하거나 배가 유독 볼록 나와 있는 등 티가 난다"라고 말하면서 "내추럴 대회에 불법 약물을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너무 불합리하다. 그러면 약물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속된 말로 병풍을 선다고 한다. 약물을 쓰는 사람을 이긴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않냐"라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헬스계의 현실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헬스인들 대부분이 스테로이드를 썼다고 밝혔다. 또 불법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노력으로 1등을 한 선수들은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지 않는다. 임팩트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유혹에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노력으로 몸을 가꾸어 나가는 보디빌더들도 존재한다. 유현상 씨는 불법 약물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아무리 약물을 하지 않으면 바보라고 해도 사용하지 않는 것 또한 나의 선택이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용하는 사람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건강을 망치면서까지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온전히 땀과 노력만으로 이뤄낸 다른 이의 성과를 무시하고 자신의 몸을 망가트리는 스테로이드, 이런 불법 약물의 사용을 막기 위해선 더욱 강력하고 세부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본지와의 인터뷰에 참여했던 이들은 "일단 불법 약물에 대한 법이 너무 두루뭉술하다. 이런 법률이 더욱 세부적으로 바뀌고 강화되면 불법 약물을 암묵적으로 용인해주는 헬스계의 시선도 바뀔 수 있고, 사용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반면 적절한 스테로이드 사용을 부분적으로 용인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약물 사용에 대한 규정이 우리나라보다 약한 편이다. 아무래도 대회 중에 가장 큰 대회인 올림피아뿐만 아니라 여러 세계대회가 미국에서 많이 개최되기에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진출하기엔 무리가 있다"라며 "암묵적으로 대부분이 불법 약물을 사용한다면, 차라리 비교적 안전한 약물을 추려서 철저한 교육 이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스테로이드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과 완화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헬스의 기본적인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헬스란 기본적으로 건강을 가리킨다. 즉 건강을 위해 식단과 운동을 병행한다는 뜻이다. 사용하는 사람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는 약물인 스테로이드 사용은 헬스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미와 모순되는 것이다. 

헬스의 진정한 이유를 위해 순수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이들에게 "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바보 같다"라고 말하는 것은 헬스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꾸준한 땀과 인내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는 보디빌더들, 이들의 노력이 불법 약물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로 모두 가려지지 않도록 선수와 관련 협회들은 지속적인 소통과 노력을 통해 진정으로 건강을 추구하는 헬스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2022년 10월 20일 경북 영주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2022 IFBB 세계피트니스여자선수권 및 남자월드컵' 대회 '남자 게임즈 클래식 보디빌딩 오픈' 경기에서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신수정 기자 jeonge75@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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