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채워서라도 잡고 싶은 남자, 황인범

수갑 채워서라도 잡고 싶은 남자, 황인범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2.06.23 00:37
  • 수정 2022.06.2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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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인범의 잔류를 원하는 FC서울의 안익수 감독 / 상암=현경학 기자)
(사진=황인범의 잔류를 원하는 FC서울의 안익수 감독 / 상암=현경학 기자)

[데일리스포츠한국 우봉철 기자] "경기 끝나면 남대문 시장 가서 가짜 수갑 하나 사려고요."

안익수 감독이 황인범을 꼭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의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지난 3월 국제축구연맹(FIFA)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라 이들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및 지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시 자유계약선수(FA)'라는 특별 규정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황인범도 지난 4월 전 소속팀 루빈 카잔(러시아)과 계약을 임시 중단한 뒤 서울과 단기 계약을 맺었다. 

황인범과 서울 간 계약은 이달 말 종료된다. 그런데 전쟁이 길어지면서 최근 FIFA가 해당 특별 규정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황인범이 6월 이후에도 계속 서울 유니폼을 입고 K리그를 누빌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소속팀과 A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황인범이기에 그를 영입하고자 하는 팀들이 많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등 복수의 클럽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의 이적료가 없다는 점도 유럽 구단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황인범이 유럽 무대 복귀를 추진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사진=FIFA로부터 임시 FA 자격을 얻어 서울에 합류한 뒤 단숨에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황인범. 팬들은 그의 잔류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FIFA로부터 임시 FA 자격을 얻어 서울에 합류한 뒤 단숨에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황인범. 팬들은 그의 잔류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짧은 시간이지만 서울 팬들은 이제 황인범 없이 살 수 없는 몸이다. 7경기 만에 서울의 핵심으로 자리한 그가 계속해서 상암벌에 머물러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 19일 열렸던 16라운드 수원 삼성전에는 '이러고 떠나면 인제는 범죄'라는 걸개가 걸렸고, 17라운드 울산 현대와 경기에서도 '서울人범', '범in서울' 등 그의 잔류를 바라는 걸개가 응원석에 펄럭였다.

안익수 감독도 황인범의 잔류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경기 전 만난 안 감독은 "황인범은 한국 축구와 K리그, 팬들에게 큰 의미를 갖는 선수"라며, "함께 기쁨을 느끼고 좋은 추억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끝나면 남대문 시장에 들러 이미테이션(가짜) 수갑이라도 하나 사려고 한다"라며 웃었다. 수갑을 채워서라도 붙잡고 싶다는 뜻의 농담이었다. 

다만, 안익수 감독은 인터뷰 말미 "축구 선배로서 마음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인범이 더 큰 무대로 나가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가 있다면 막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안익수 감독과 서울 팬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황인범은 이날 선발 출전해 손가락 부상으로 교체될 때까지 76분을 소화했다. 경기 후 안 감독은 황인범의 부상 정도에 대해 "지금으로선 정확한 진단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암=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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