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김성의 관풍(觀風)> 文정부의 ‘양성평등’ 어디 갔나 농촌 지키는 여성농민은 열외?

기사승인 2020.11.26  11:47:21

공유
default_news_ad2

2020년 8월 19일.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었을까. 우선 코로나19가 8월 15일 광화문 시위 때문에 급속히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중이었다. 의사들은 정부가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역에 근무할 의사들을 배출할 의과대학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하자 발끈하여 파업준비에 들어갔다. 전공의들과 의과대학생들까지 여기에 합세했다. 국민들은 “공익(公益)을 외면한 집단이기주의”라고 손가락질했다. 김종인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은 광주광역시의 국립 5·18묘지를 찾아 40년만에 처음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생존권’ 요구하는 여성농민 절규, 보도안돼

국회 정문 앞에서는 특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문이나 방송에는 취급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절규는 우리 가슴을 쳤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약칭 전여농)이 농정대개혁과 여성농민의 법적 지위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여성농민대표자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다. 전여농은 ‘농민수당 입법화로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 지급’  ‘여성농민의 법적 지위 보장’ ‘모든 자치단체에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 등 8개항을 요구했다. 여성농민의 절규는 ‘생존권’ 요구라는 점에서 다른 시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들의 외로운 시위는 지금도 제주, 전북, 전남, 강원, 경남 등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여농이 지난 여름 전국 여성농민 12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와 시위현장에서 터져나온 ‘차별’들을 모아보면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농업경영자로서 위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층이 떠나간 농촌에서는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전업 농업종사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수당의 지급기준으로 삼고 있는 농업경영체 등록에서 ‘경영주 외 농업인’으로 되어있는 여성농민이 31.6%로 가장 많았고, 공동경영주(29%), 미등록(13.9%) 순이었으며 경영주는 19.1%에 불과했다. 그래 본인 명의로 농업보조금을 신청해본 경험이 없는 여성농민이 73.9%에 달했다. 농산물 판매도 46.3%가 남성 이름으로 출하되고, 24%만 여성 이름으로 출하됐다. 상품(上品)은 남성, 하품(下品)은 여성 이름으로 출하한다는 응답도 3.4%나 됐다.

‘농업경영자’ 지위 남성이 독차지

둘째, 임금 격차도 컸다. 같은 농작업을 해도 남성이 여성보다 일당을 더 많이 받았는데(83%) 4만∼5만원 더 많이 받는다는 응답이 40.1%로 가장 많았다. 여성농민 51%는 이런 처사가 ‘부당하다’고 답했다. 또 농가당 1명에게만 지급하는 기존 농민수당 방식도 불평등하다며 87.7%가 ‘농사짓는 농민 모두가 농민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셋째, 작업 환경에 대한 불평등이다. 남성은 대부분 기계화된 논농업을 담당한 반면 여성은 호미를 이용하거나 몸을 구부려야 하는 밭작업에 매달려 있다. 이 때문에 농사를 지을 때 겪는 애로사항으로 ‘농기구·농기계 사용의 어려움(38.7%)’을 꼽은 여성농민이 많았다. 여성 친화형 농기계 개발이 더디고, 여성을 위한 농기계 안전·기술 교육이 미흡하다고 했다. 
넷째, 질환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 여성농민은 농업현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식사·세탁·청소는 물론 출산·보육을 맡아야 하는 가정관리자가 된다. 마을회관 음식준비도 여성 몫이다. 도시의 직장여성이 60~65세면 연금을 받으며 휴식에 들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성농민은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일에 내몰리고 있다. 일은 결국 질환을 가져온다. 전여농 조사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로 20.3%가 건강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여성농민의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은 70.7%(일반 여성 60.2%), 순환기계 질환 42.2%(37.8%), 호흡기계 질환 67.7%(63.8%) 등으로 일반 여성보다 높다. 이때문에 의료비를 일반 여성보다 3.8배나 지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21년 여성농민 9000명을 대상으로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제도’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기획재정부에 예산 32억원을 신청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여성농민들은 불평등을 넘어 이렇게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과도한 여성농민 의료비, 일반 여성보다 3.8배 많아

여성농민을 위해 각별히 서둘러야 할 일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에게도 농민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지급되는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농가당 1명에게만 지급하는 ‘농가수당’이다. 하지만 여성농민은 모든 일의 60%를 농사에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경영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된 것은 양성평등 차원에서 불공평하다. 국민연금도 개인별 지급이므로 농민수당도 개인별 지급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여성농민에 대해 특수건강검진사업이 추진되도록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 특수검진은 전체적으로 볼 때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건강보험 재정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에 시행되어야 한다.
셋째, 여성농민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전여농이 수년 전부터 요구해온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미적미적하는 자치단체가 적지 않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 소멸로 급속히 치닫는 지방의 비극적 상황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전담부서를 두어야 한다.

농민 희생 속 이룩한 선진국 … ‘과실’, 농촌에 돌려줘야

대한민국은 농민의 희생 위에 선진국이 되었다. 오랫동안 낮은 농산물 가격으로 국가경제를 안정시켰고, WTO에 가입하고 세계 50여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드디어 세계 10위권 국가가 되었다. 국민소득도 3만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선진국이 되면서 생긴 과실은 농촌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특히 여성농민의 피해는 컸다.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는 도시에만 적용되었을뿐 여성농민은 여전히 희생만 강요당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정부가 도시의 부(富)를 거둬 농촌의 ‘어머니’에게 드려야 한다. 잘사는 자치단체도 농촌을 살려 소멸을 막아야 한다. 지난 10월 1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농업인의 날’이었다. 반성이 필요하다.    

김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김성 ysk@dailysportshankook.com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김성의 다른기사 보기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최신기사

default_side_ad2
ad37
ad43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