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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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유종화 기자
  • 입력 2020.02.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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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노래의 조화로운 만남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 1

이 노래는 시에 가락을 붙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노래의 가사로 쓴 것이다. 내 친구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본 것인데 처음부터 가사와 가락을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내가 만든 노래 중에서 가락과 노랫말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김상욱은 유행가와 시의 차이점을 얘기하면서 “유행가가 감정을 실제보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장되게 드러내고 있는 데 비해, 시는 감정을 차곡차곡 일정한 질서 아래 표현한다.

잃어버린 사랑을 그저 목놓아 울어 버림으로써 드러내는 것이 유행가라면, 시는 그 울음을 안으로 삼킨다. 치마 속이 보일 정도로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엉엉 우는 것이 생활에 가까운 일이라면, 어깨를 조금씩 들썩이며 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도 새어나오는 흐느낌은 예술에 가깝다”(‘시의 길을 여는 새벽별 하나’에서)고 했다.

내가 다시 가사를 읽어 보아도 ‘입을 틀어막아도 새어나오는 흐느낌’은 아니고 ‘잃어버린 사랑을 그저 목놓아 울어 버린’ 이야기에 가깝다. 일단 읽어 보자.

바람 부는 날 내 마음속엔

작은 바람이 일어

비가 오는 날 내 가슴속엔

슬픈 이슬이 맺혀

바람 부는 날 거리에 나가

자꾸 서성거리고

비가 오는 날 전화벨 소리

자꾸 기다려지네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속에 있는걸

바람 부는 날 비가 오는 날

그대 향해 떠나네

바람 따라서 구름 따라서

포두 향해 떠나네

다시 읽어 보아도 ‘어깨를 조금씩 들썩이며 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도 새어나오는 흐느낌’, 즉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평범한, 글 속에 있는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그냥 들려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 즉 바람 부는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자꾸 서성거리면서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절실한 문제일 수도 있다.

이 노래를 만들게 된 동기는 이렇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10분쯤만 걸어가면 바닷가가 있다. 바닷가라고 해서 경치가 번듯하거나 맑은 물이 출렁거리는 곳은 아니다. 사람들도 후미진 곳에 있는 항구라는 뜻으로 흔히 ‘뒷개’라고부른다.

그 이름에 걸맞게 큰 배는 들어오지 않고, 밀물 때 작은 고깃배만 가끔씩 들어오는 곳이다. 그러나 어느 항구보다도 사람 사는 모습이 정답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가끔 거기에 가서 술을 한 잔씩 하곤 하는데, 한동안 거기에 갈 때마다 동행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성격은 활발해서 앞니가 약간 튀어나온 모습으로 항상 웃었다. 그러던 그가 언제부턴가 얼굴에 웃음을 잃고 안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술이 거나해진 어느 날 속엣말을 터놓았다.<계속>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14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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