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도쿄올림픽 전망③ - 욱일기 괜찮다는 일본의 고집 어떻게 꺾어야 하나?

[창간특집] 도쿄올림픽 전망③ - 욱일기 괜찮다는 일본의 고집 어떻게 꺾어야 하나?

  • 기자명 이상민 기자
  • 입력 2019.11.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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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광복회관에서 열린 전범기 방사능 2020 도쿄 올림픽 저지 네트워크 출정식.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광복회관에서 열린 전범기 방사능 2020 도쿄 올림픽 저지 네트워크 출정식.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이상민 기자] 욱일기는 일본 국기 일장기의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것으로, 1870년 일본제국 육군 군기로 처음 사용됐다. 1889년에는 일본제국 해군의 군함기로도 사용됐다. 특히 태평양 전쟁 등 일본이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육군과 해군에서 군기로 사용되는 등 전면에 내걸리면서, 일본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로 통한다. 때문에 1945년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하고 육해군이 해체되면서 욱일기의 사용도 중단됐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부터 욱일기가 응원기로 등장하기도 하고 대중문화나 상품 등에 욱일기 문양이 사용됐다. 해외축구 선수나 구단이 SNS에 게시하는 일도 빈번하다. 특히 일본은 J리그뿐만 아니라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 올림픽 체조 국가대표 유니폼 등에 전범기를 형상화한 디자인을 꾸준히 사용해 왔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욱일기 디자인의 모자와 의상을 입은 관중들이 화면에 비춰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를 확인한 뒤 즉각 WBSC에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했지만 “욱일기 반입을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만 돌아왔다.

일본은 내년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도 욱일기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5월 “욱일기는 일본 문화의 일부”이며 “국제적으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을 영어와 일본어로 게시했다.

게시물의 내용을 살펴보면 욱일기 디자인은 일장태양을 상징한다며 아기 출산, 명절의 축하 등 일본의 수많은 일상생활 장면에서 사용돼 국제사회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서 한 관중이 욱일기를 들고 입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서 한 관중이 욱일기를 들고 입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반해 욱일기와 같은 전범기인 독일 나치 하켄크로이츠 문양은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금기시되고 있다. 하켄크로이츠는 과거 독일 나치당의 당기를 말하는 것으로 욱일기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국들이 사용했던 상징기를 일컫는다.

전범 국가였던 독일과 일본의 행보는 정반대다. 독일은 반나치 법안을 통해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깃발, 제복 등 모든 나치 상징물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진다. 즉 독일에서 나치 문양을 사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욱일기에 대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과거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러한 갈등은 2000년대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욱일기를 막을 권한을 갖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하켄크로이츠 문양은 철저히 금지하지만 욱일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다. IOC의 주류인 유럽인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잔학상을 절감한 것과 달리 일본으로부터는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아 공감대가 떨어진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올림픽 위원회 헌장 제 50조 2항에는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욱일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단호하다. 대한체육회는 욱일기 사용 금지에 대한 요구 사항을 담은 공식 서한까지 작성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발송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의 요지부동에 여러 단체들이 다방면으로 욱일기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는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다. 반크는 해외에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욱일기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영어로 제작해 배포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일본은 자신들의 문화를 홍보하는 행사 때 은연중에 욱일기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인터넷이 대중화 되고 전 세계에서 제보가 들어오니까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이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단장은 “외국인들이 욱일기에 대해 잘 모른다. 반크는 외국인에게 욱일기가 어떤 것인지 알리고 있다”면서 “일본이 올림픽에서 욱일기를 금지하는 것을 쉽게 철회할 것 같지 않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를 통해 올림픽에서 욱일기를 금지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욱일기 금지 청원. (사진=반크 제공)
2020년 도쿄 올림픽 욱일기 금지 청원. (사진=반크 제공)

반크 외에도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반입과 방사능 식자재 사용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에도 반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일본의 욱일기 반입 금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다. IOC위원회와 도쿄올림픽 위원회 등 상위기관들의 반응이 미지근할뿐더러 한일 양국 관계도 냉랭한 터라 일본의 고집을 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도쿄올림픽 개막이 6개월 남짓 남은 가운데 일본이 자발적으로 생각을 바꿀 확률은 매우 적다. 결국 IOC나 세계 청원 사이트 등 외부압력을 이용해 지속으로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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