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촛불중이 수도녀에게 범한 일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촛불중이 수도녀에게 범한 일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1.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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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의 계집은 그러나, 말을 잇지 않고, 몸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한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감은 눈꼬리에로 그런데 눈물이 계속해서 번져나고, 그것은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오열로 변했다. 그녀는 뭔지를 자꾸 용서해 달라고, 누구에겐지 빌고 있었다. (<죽음의 한 연구(하)> 208쪽-209쪽)

그는 그녀가 떠듬떠듬 전한 토막들을 바로 이해할 수 없어 찬찬히 퍼즐을 맞춰보았다. 촛불중이 읍내에서 돌아온 날 그녀에게로 왔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를 기다리며 ‘눈물이나 빠뜨리면서’, 그의 토굴을 수리하기 위해 삽이나 괭이를 가져다 땅을 고르고, 가마니로 거적문을 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때 한 발자국 소리가 그녀에게 들려와 그녀는 주인공이 돌아왔을 거란 벅찬 기대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가 아니라 촛불중이 읍내서 돌아온 것이었다. 촛불중은 그녀에게 읍내에서 주인공의 소식을 갖고 왔다고 했다. 그녀는 반가운 마음에 촛불중을 토굴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촛불중은 주인공이 ‘불 속에서 구워졌다’고 전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그녀는 어지럼증과 견딜 수 없는 비탄에 잠겨 엎어져 울다가 보따리를 싸서 당장 읍내로 가려고 했다. 촛불중은 그녀를 만류하며, 주인공이 죽지는 않고, 쩔뚝거리면서 어디론가 갔는데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주인공이 갈 곳은 여기 토굴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 촛불 중은 한 봉대기 미숫가루하고, 계란 한 개를 그녀 앞에 내놓았다.

그녀가 “나는 임자 있는 몸잉개, 우리 동무들헌티나 가보시오 잉!”이라고 했다. 촛불중은 “너 같은 똥갈보한테 무슨 정절이 있냐?“라고 윽박지르며 그녀를 쓰러뜨리고 우악스럽게 땅에 눕힌 후 그녀의 옷을 찢었다. 촛불중이 자신의 옷을 벗으려고 하자 그녀는 이 때다 싶어 얼른 괭이를 들어 어딘지를 모르게 찍어댔다. 촛불중은 팩 쓰러져 누우며 버둥질을 쳤다.

그 후 그녀는 갑자기 어지럼증이 몰려와 잠시 실신했는데, 깨어보니 그녀 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헌데 그녀의 아랫도리만 씨리고, 입속은 더럽고, 몸의 군데군데가 할퀴어져서 몹시 쓰려 왔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주인공에게는 한 대상을 향한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혐오로 가득 채워 져 평생 처음으로 (그의) 마음을 비우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 바람이 그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열두 삼태기의 티끌을 몰아다 끼어 얹으며, (그를) 궃이게(궃다: 눈이 멀다의 뜻), 탁하게, 살기(殺氣)로 덮어씌웠다. (211쪽)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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