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08.23 09:33
  • 수정 2019.08.26 09:32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 노래는 제발 그만 좀> - 2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사무 처리를 하던 총각선생님이 머뭇거리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뭔가를 말할 듯 말듯 망설였다. 어쩜 우리가 노래를 너무 잘한다고 칭찬하려나? 나름 기대를 하며 총각 선생님을 바라봤다. 한참을 망설이던 총각선생님이 하는 말.

“서 선생님 제발 그 노래, 그만 좀 부르시면 안돼요?”

‘아니 어떻게 이런 심한 말을?’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그런데 그 선생님의 큰 눈에 언뜻 눈물이 고여 있는 게 보였다. 곧 떨어질 듯 한 그 분의 눈물을 보며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신 선생님이 얼른 피아노 뚜껑을 덮었다. 얼마나 염치없었는지 죄송하다는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 선생님을 몰래 훔쳐봤더니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낯 뜨거워서 그 후 일직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른다.

얼마 후 그 총각선생님과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친구를 만났다. 그 분의 눈물에 얽힌 사연을 전해 들었다.

같은 학교 여 선생님과 사랑을 했는데 여자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졌다는 것이다. 헤어지고 우리 학교로 전근을 왔던 것이다. 그런데 내 노래가 그 마음을 건드려 아프게 한 것이다. 연인과 갓 헤어진 그 아픈 상처에 아예 소금을 치고 문질러댔던 것이다. 그 순진한 총각 선생님을 눈물 흘리게 할 정도로.

그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자신의 이야기였을 것이기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음성이 애절한 편인 나인지라 애잔함이 더 느껴졌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그 총각 선생님의 이름은 잊었다 그러나 그 분의 큰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나는 지금도 가을이 오면 가끔 이 노래를 부른다. 그 가을날의 감정을 담아, 그 총각선생님의 마음이 되어!

노래를 부를 때 마다 느끼는 마음은?

그 총각 선생님께 몹시 미안하다는 것이다.

그 때 그 총각 선생님은 연인과 헤어진 후 석 달이 채 안된 때였다는데!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그날 내가 불렀던 가사 내용이다.

<마지막 말이 될 번한 말> - 1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직행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리고,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30분쯤 더 가야 하는 시골에 있었다.

8월, 무더운 여름방학 일직 날 이었다. 연수를 받느라 방학은 이미 절반이 훌쩍 가버린 후였다. 직원 수가 많지 않아 일직도 열흘정도는 해야 했다.

학교는 마을에서 떨어진 논 가운데 있었다. 너무 외딴 곳이라 혼자서 일직을 하기엔 무섭기만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새벽부터 도시락을 싸고, 간식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침 7시 직행버스를 타고 출발해 다시 시내버스를 타야 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일숙직 교체 시각은 9시였다. 7시 차는 좌석이 없어 그냥 보냈다. 혼자서 출근할 때는 서서도 잘 갔지만 어린 딸이 있어 다음차를 타기로 한 것이다. 늦으면 시내버스 대신 택시라도 탈 요량이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딜 가니?”

다음 차를 탔더니 내 뒷자리에 앉은 등산객들이 딸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따라 학교 가요.”

간식 가방을 안은 딸은 신이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버스 기사는 옆자리의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비가 내리는 길을 씽씽 달렸다. 마음에 걸렸지만 애써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30분 쯤 달렸을까?

“어어!”

기사의 외침에 눈을 떴다. 버스가 미끄러운 빗길을 비틀비틀 하는 게 보였다.

데일리스포츠한국 0823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0823일자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