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LKER] 경쟁 아닌 모두가 즐겨야 생활스포츠 자란다

[S-TALKER] 경쟁 아닌 모두가 즐겨야 생활스포츠 자란다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7.12.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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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오 없는, 모두가 환하게 웃는 스포츠 현장으로

1920년은 대한민국 스포츠에서 특별한 해다. 대한체육회(당시 조선체육회)가 설립되고 '전조선 야구대회'라는 이름으로 첫 전국체육대회가 열린 해가 바로 1920년이다. 그리고 2020년이면 대한민국 스포츠의 역사도 100년을 맞는다. 지난 100년 동안 대한민국 스포츠는 영욕을 함께 했다. 고(故) 손기정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제패는 한민족에게 긍지와 함께 슬픔을 함께 안겼다. 1948년에는 태극기를 앞세우고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에 출전했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렸고 내년에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스포츠 선진국'이냐는 물음에는 언제나 의문부호가 찍힌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고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것만으로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데일리스포츠한국은 창간 4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스포츠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한다. <편집자 주>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중고등학교부터 스포츠 선수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과연 성인이 돼 선수가 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프로야구나 프로농구, 프로배구의 드래프트 현장을 보면 중고등학교, 더 길게는 초등학교부터 운동을 해왔던 10대 후반의 학생들이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해 고개를 떨구곤 한다. 프로축구는 드래프트 행사 자체가 사라졌지만 프로팀으로부터 제의를 받지 못해 아무도 모르게 운동을 그만두기도 한다.

과연 문제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발전하면서 너무 무리하게 엘리트 위주 스포츠에 집중하다보니 부작용이 여기저기에서 생긴다. 차근차근 시스템을 만들어 성장하기보다 짧은 시간 안에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압축성장'에 치중하면서 학생들을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아닌 '운동하는 기계'로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 선수라는 직업을 갖지 못하는 학생들은 졸업 후 진로를 찾는데 애를 먹는다. 공부와 담을 쌓고 운동만 하다가 낙오되는 경우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선수로서 직업을 갖지 못하더라도 낙오가 없는 스포츠 현장을 만들어야만 한다.

<제공=대한체육회>
<제공=대한체육회>

◆ 학습권 보장하면 스포츠 현장에서 다양한 진로를 만들 수 있다

지난 2006년 한국 축구선수로는 최초로 브라질 프로팀과 계약을 맺은 유망주가 있었다. 피게이렌세와 입단 계약을 맺었고 이후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함께 더딘 기량 발전으로 아쉽게도 자신의 꿈이었던 유럽리그 진출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 선수는 현재 자신의 고향인 평택시민축구단에서 플레잉코치로 일하고 있는 권준이다. 권준은 이란 명문팀인 페르세폴리스와 계약하기도 했지만 부상 때문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채 그대로 퇴단했고 인도네시아 리그에서 뛰다가 어느새 30대의 나이가 돼 K3리그 평택시민축구단에 들어갔다. 권준은 올 시즌 평택시민축구단을 K3 어드밴스드 승격으로 이끈 주역이 됐다.

하지만 권준은 일찌감치 브라질로 축구 유학을 떠나는 바람에 국내에서 중학교밖에 공부를 마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사이 권준은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갖게 됐고 대학에 진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도자 자격증과 함께 대학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겠다는 것이 현재 그의 꿈이다.

이에 대해 권준은 "아무래도 선수로 뛸 때는 공부를 하기가 힘들어진다. 지금은 좀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운동만 하면 그만큼 다양한 삶을 살기가 어렵다"며 "운동하는 학생들도 공부를 해야만 스포츠 현장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일원으로 활약했다가 현재 커피 바리스타로 변신한 백목화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분명 '성공한 선수'였지만 소속팀에서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만 했다.

백목화 씨는 "공부 말고도 주위에는 배울 것이 너무나 다양하다. 만약 자신이 흥미와 취미를 갖고 있는 것이 있다면 꼭 배웠으면 좋겠다"며 "공부는 그다지 자신이 없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커피를 공부했다. 스포츠 현장으로 되돌아가긴 힘들겠지만 바리스타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관건은 '학습권'이다.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 오직 운동하는 기계로만 길러내다보니 공부는 뒷전인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학생 선수들에게도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

또 학생 선수들에게 공부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초점이 잘못 맞춰져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대택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국민대 교수)은 "지금 학생 선수들에게 공부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것은 '운동만 하면 성공을 보장할 수 없으니 너희들 공부해야 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스포츠 현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꼭 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스포츠 현장의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공=대한체육회>
<제공=대한체육회>

◆ 스타가 됐더라도 다양한 진로를 생각해야 한다

프로팀의 지명을 받고 선수로 뛰더라도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선수로 대접받고 거액의 몸값을 받는 선수는 한정되어 있다. 학생 때 1, 2등을 다퉜던 선수라도 정작 프로에 가서는 빛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스러져가는 경우가 더 많다. 또 스타선수로서 대접을 받고 뛰었더라도 현역 은퇴 뒤까지도 안정적인 삶을 살기 어렵다.

방송인 서장훈 씨는 현역 은퇴 뒤 꼭 지도자의 길을 걸어야만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서장훈 씨는 "은퇴한 뒤 '서장훈 씨는 감독 안해요?'라는 말을 수도없이 들었다. 그러나 사실 선수로 뛰었다고 해서 꼭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굳이 지도자가 되지 않더라도 진로는 많다. 굳이 코트나 그라운드가 아니더라도 길은 많은데 선수로 뛰고 은퇴한 뒤 지도자가 되는 것만이 성공이라고 보는 시각이 아쉽다"고 밝혔다.

현재 농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은혜도 공부를 통해 새로운 직업을 가진 경우다. 현역 시절 미모와 뛰어난 실력까지 겸비한 스타급이었던 김은혜는 은퇴한 뒤 지도자 수업을 받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향해 떠났다.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 시행했던 여성스포츠리더 과정을 통해 영어를 배우게 되고 미국 테니시에서 연수를 다녀오는 등 전문 과정을 거쳤다. 지금은 해설위원을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치고 있지만 스포츠 행정가로서 꿈도 키우고 있다.

스포츠 행정가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스포츠 에이전트의 길도 있다. 스포츠 마케터가 될 수도 있다. 또 굳이 엘리트 스포츠의 지도자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생활 스포츠에서 지도자를 원한다. 얼마든지 엘리트 출신이 생활 스포츠 지도자로 변신해 동호인들을 가르칠 수 있다.

스포츠 외교가로서도 자신의 역량을 떨칠 수도 있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좋은 예다. 지난해 IOC 위원으로 선임되기 전부터 유승민 위원은 일찌감치 스포츠 외교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역시 체육인재육성재단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경기대학교에서 학업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워왔다. 선수가 됐더라도, 그리고 스타급으로 평가를 받더라도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교훈이다.

하지만 현역 때 자신의 새로운 진로에 대해 노력을 게을리한 선수는 은퇴 뒤에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한때 프로농구 스타로서 억대 연봉을 받았던 선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은퇴하고 난 뒤 경제난에 쪼들려 좀도둑으로 전락했다는 극단적인 보도도 있다. 물론 현역 선수가 은퇴 뒤 다양한 진로로 나갈 수 있도록 구단이나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제공=대한체육회>
<제공=대한체육회>

◆ 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철학이 새롭게 정립돼야

현재 대한민국 스포츠 현장에는 오직 '경쟁'만 있다. 경쟁만 있다보니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승자는 군림하게 되지만 패자는 낙오자가 된다. 그러나 진정한 스포츠의 가치는 이런 것이 아니다. 결국 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철학 자체가 이제는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스포츠 현장의 일관된 얘기다.

그렇다면 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철학을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스포츠가 경쟁이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스포츠 현장에서 소외된 여성과 장애인을 포함해 모두가 다양한 스포츠를 각자 수준에 맞게 즐기고 이를 통해 행복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기본법의 취지다.

또 스포츠가 국민의 삶과 질을 높이고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높여주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시대가 되면 삶과 질은 저절로 높아진다. 이미 '100세 시대'를 향해 가는 시점에서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국 스포츠가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스포츠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현재 스포츠 시스템 자체가 스포츠 선진국에 맞게 만들어져있지 않을 뿐이다. 스포츠 시스템이 개선되고 스포츠에 대한 철학과 인식이 새롭게 정립되는 순간 대한민국 스포츠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스포츠는 인권이고 권리이며 복지라는 인식이 보편화된다면 분명 대한민국 스포츠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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