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LKER] 즐기는 '여성 스포츠' 평등한 기회를

[S-TALKER] 즐기는 '여성 스포츠' 평등한 기회를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7.12.05 11:35
  • 수정 2017.12.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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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현장 남녀차별은 이제 그만

1920년은 대한민국 스포츠에서 특별한 해다. 대한체육회(당시 조선체육회)가 설립되고 '전조선 야구대회'라는 이름으로 첫 전국체육대회가 열린 해가 바로 1920년이다. 그리고 2020년이면 대한민국 스포츠의 역사도 100년을 맞는다. 지난 100년 동안 대한민국 스포츠는 영욕을 함께 했다. 고(故) 손기정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제패는 한민족에게 긍지와 함께 슬픔을 함께 안겼다. 1948년에는 태극기를 앞세우고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에 출전했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렸고 내년에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스포츠 선진국'이냐는 물음에는 언제나 의문부호가 찍힌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고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것만으로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데일리스포츠한국은 창간 4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스포츠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한다. <편집자 주>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고대 올림픽에서 스포츠는 오직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근대 올림픽에서도 여성의 스포츠 참여는 크게 제한됐다. 여성의 인권 신장과 정치 참여가 20세기 들어서야 비로소 개선된 것처럼 여성의 스포츠 참여 역시 그리 오랜 역사는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스포츠계에서 아직 여성 스포츠는 '찬밥'이다. 이는 생활 스포츠는 물론이고 엘리트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엘리트 스포츠에서 여성 종목은 비인기 취급을 받으며 남성 종목보다 못한 대우와 인기를 누린다. 엘리트 스포츠도 이럴진대 생활 스포츠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여성 생활 스포츠가 발전하지 못한 것은 개개인의 문제도 없지 않다. "운동은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해요" 또는 "운동할 시간에 차라리 한 시간이라도 더 자는게 남는거죠", "운동하면 근육 나와서 몸매 망쳐요" 등 오만가지 이유로 스포츠 활동을 꺼려한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 조금 더 적극적이 되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지난해 국민생활체육참여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체육활동에 전혀 참가하지 않은 이유' 1순위로 체육활동 가능시간 부족을 말한 응답자가 전체 46.7%로 가장 많았다. 여성의 응답비율도 40.6%나 됐다.

하지만 적지 않은 여성들이 아름다운 몸매와 좋은 체격을 원한다. 그런데 정작 운동을 하기를 꺼려한다.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몸매를 가꾸려고 하니 무리를 하게 된다. 단식이나 절식 등 식사량을 줄이거나 지방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평소 운동을 통해 자신의 몸매를 아름답게 가꾸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또 적극적으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여성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스포츠 활동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피트니스다. 요즘 인터넷을 찾아보면 피트니스 대회에 참가해 자신의 몸매를 뽐내는 사진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피트니스를 통해 보다 멋있고 아름다운 몸매를 만든 사람들이 대회에 출전해 자랑하는 것이다.

피트니스 여성 모델과 개인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욱 씨는 "균형이 잡힌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것도 매우 흥미있지만 이를 남에게 보여주는 것 역시 뿌듯한 일"이라며 "몸매를 상품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겠지만 건강함을 뽐낸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 요즘 대학에서는 여성 스포츠 동아리가 적지 않게 만들어진다. 축구 동아리도 적지 않아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대회까지 열 정도다. 얼마 전까지는 한국체육대학교가 여성 축구 동아리의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올해 들어 연세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도 전문 코치의 도움을 받아 실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연세대의 경우 FC 서울이 주최한 서울컵을 비롯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미 여성들이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만큼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더 살펴볼 것은 건강상의 문제와 체육 활동에 대한 관심 부족을 말한 여성 응답자도 각각 17%와 10%로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성 응답자가 각각 7%와 7.5%에 그쳤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높은 수치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에 피로와 빈혈을 호소하는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스포츠 활동을 조금씩 늘려가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식이나 절식을 통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식사량과 운동량으로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체육 활동에 대한 관심 부족 역시 개인들이 풀어야 할 문제다.

<제공=대한체육회>
<제공=대한체육회>

◆ 고사 위기의 여성 엘리트 스포츠, 관심과 투자 절실하다

엘리트 스포츠도 여성에 대한 관심은 남성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가장 좋은 사례가 바로 축구다.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또 올해에는 북한 원정을 떠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까지 따고 돌아와 2019년 FIFA 여자 월드컵 본선에 가깝게 다가섰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등 적지 않은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이뤄낸 성과다.

하지만 풀뿌리는 점점 시들어가고 있다. 지소연의 모교인 한양여자대학교 축구부는 오랜 전통을 뒤로 하고 해체됐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선수 부족을 이유로 해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이는 WK리그로 이어져 이천 대교 축구단이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해체됐다. 선수들은 WK리그의 다른 팀으로 모두 옮겨갔지만 팀 해체 충격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는 비단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구의 경우 5명을 만들지 못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거나 팀을 해체하는 중고등학교가 적지 않다. 배구 역시 중고등학교 팀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 때문인지 여자농구의 경우 이미 경기력에서 일본에 역전당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배구는 아직까지 아시아 강호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일이다.

인기가 없기 때문에 관심이 떨어지고 투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스포츠 현장의 의견이지만 이는 한낱 변명에 불과하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여성 스포츠 종목은 남성에 비해 인기가 뒤처진다. 미국 여자농구가 최강이라고 하지만 미국여자프로농구(WNBA)가 미국 프로농구(NBA)보다 인기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보다 인기나 상금에서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여자프로축구리그의 출범이 독일이나 미국, 프랑스보다 훨씬 늦었다.

결국 인기가 없어 관심과 투자가 떨어진다는 핑계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만이 고사 위기를 맞은 여성 엘리트 스포츠를 살리는 길이다. 물론 여성 엘리트 스포츠가 살려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여성 생활 스포츠의 발전이다.

<제공=대한체육회>
<제공=대한체육회>

◆ 여학생들에게도 평등한 스포츠 기회를 주자

지난달 한국을 찾은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부인은 방한 첫 메시지로 '걸스 플레이 2(투)'를 외쳤다. 여학생들에게도 남학생들과 똑같이 스포츠를 즐길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은 지난달 7일 열린 '걸스 플레이 2' 캠페인 행사에서 "아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팀워크를 배우고 규칙을 배운다. 부담감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며 "소녀들은 소년들과 똑같이 스포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소녀들도 농구, 하키, 스노보드, 스키를 하고 싶어한다"고 역설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추진하고 있는 '걸스 플레이 2'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회로 삼아 여학생들의 학교 스포츠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지난달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틀 통해 여학생들에게 남학생들과 동등한 스포츠 활동을 향유할 기회와 시설,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미국대사관이 실시하고 있는 이번 캠페인은 바꿔서 말하면 대한민국 스포츠 현장에서 여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스포츠 기회가 남학생에 비해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여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활동은 그리 많지 않다. 여학생도 농구, 축구, 배구 등 여러 종목을 즐기고 싶어하는데 정작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여학생은 실제로 많지 않다.

이에 대해 많은 스포츠 전문가들은 스포츠 양성 평등을 주장한다. 또 남학생은 운동을 하고 여학생은 응원만 하는 일부 학교의 잘못된 체육교육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포츠 기본법과 양성평등 관련법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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