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스포츠 뿌리깊은 병폐 견제하는 감시자로"

[월요초대석] "스포츠 뿌리깊은 병폐 견제하는 감시자로"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7.11.20 06:05
  • 수정 2017.11.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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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상현 기자>
<사진=박상현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적지 않게 열렸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벌어졌다. 그리고 내년 2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크나큰 스포츠 대회를 연 실적만 놓고 본다면 분명 우리나라는 '스포츠 강국'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스포츠 강국', '스포츠 선진국'이라는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하나가 엘리트 스포츠에만 집중돼 기형적이 된 구조를 들 수 있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구호 아래 1960년대 이후부터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스포츠를 지탱했던 엘리트 스포츠 위주의 정책은 '적폐'가 돼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2년 창립된 사단법인 스포츠문화연구소는 대한민국 스포츠를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기치로 만들어졌다. 대한민국 스포츠 전반에 대한 지적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스포츠 농단이 밝혀진 지난해에도 날카로운 비판을 보냈다.

"스포츠문화연구소가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헌법에 스포츠 인권을 넣는 것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차별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취지의 스포츠 인권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계속 내야만 합니다. 개헌할 때서야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해야만 개헌할 때 이뤄지지 않겠어요."

창립 이후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을 5년째 맡고 있는 이대택 국민대학교 교수는 스포츠 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엘리트 스포츠에 치중되어 있어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에 대해서도 따끔한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학습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학습권 보장에 대한 기본 취지에는 동감합니다. 그런데 학습권 보장을 한다면서 시행하는 방식은 분명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겁니다."

<사진=박상현 기자>
<사진=박상현 기자>

이대택 교수가 지적하는 것은 학생 선수들과 일반 학생들을 분리시킨다는데 있다. 학교라는 것은 비슷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익히는 공간인데 선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반 학생들과 분리시켜 공부시킨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왜 선수들에게만 '특혜'를 주나요? 선수들이 운동을 해야 하니까 공부만 하는 일반 학생들과는 다르게 대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요? 그렇게 따지면 음악을 하는 학생, 미술을 하는 학생 등 제각각 나눠야죠. 결국 운동을 하기 때문에 등수에서 밀리니까 나오는 꼼수 아닌가요? 기본적으로 공부는 함께 해야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석차가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죠. 학생 선수들은 운동을 하기 때문에 공부만 하는 일반 학생들에게 석차에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요? 학생들을 반 석차로만 평가하니까 이런 얘기가 나오는겁니다."

여기에 이대택 교수는 학생 선수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이유와 목적 자체를 잘못 맞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학생 선수들에게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취지가 '운동을 했지만 너희들 운동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어. 그러니 공부도 해야해'거든요. 왜 이런 사회를 만드나요? 자신이 배웠던 운동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방법을 제시해야죠. 이건 너무 무책임한겁니다."

스포츠 인권이나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봐야 할 문제다. 지금 대한민국 스포츠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이라는 중차대한 이벤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기적인 것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과연 평창 동계올림픽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올림픽이라는 의미와 가치만 놓고 보면 모든 대회가 성공이라고 봐야죠. 문제는 올림픽을 일종의 '도구'로 생각할 때입니다. 가치와 의미가 아무리 좋아도 적자가 너무나 많이 났다면 무작정 좋아할 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문화, 정치,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치고 경제적으로 큰 적자가 났을 때 적자를 상쇄시키고도 남을 가치가 발생했다면 대가를 지불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나 지금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렇지 않죠."

<사진=박상현 기자>
<사진=박상현 기자>

그렇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인 대회로 만들기 위해 100일도 남지 않은 기간만이라도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이대택 교수는 여기에 대해서도 비관적이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이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올림픽 플라자 등 적지 않은 경기장을 지었는데 사후 활용방안이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어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런 걸 원하는게 아니예요. IOC가 원하는 것은 올림픽 경기장이나 시설들이 지역 주민, 도시, 그 나라에 소중하게 쓰여지기를 바라요. 그래서 IOC가 서울 올림픽을 최고의 대회라고 인정하는겁니다. 서울 올림픽으로 인해서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충격을 줬습니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런 것이 없어요. 그냥 하나의 이벤트로 전락할 위험성이 큽니다."

이대택 교수는 앞으로도 스포츠문화연구소를 통해 대한민국 스포츠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도 스포츠문화연구소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협력자이자 감시자,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다짐도 있었다. 대한민국 스포츠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리고 비판과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을 때마다 스포츠문화연구소라는 이름이 계속 들려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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